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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64

간장게장

오늘 저녁은 짜릿한 바다의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간장게장이다.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짜고 달콤한 간장의 감칠맛과 게살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오래 숙성된 간장 국물은 밥을 부르는 마법 같은 맛을 지닌다.게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좋은 꽃게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고, 간장을 끓여 게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까지 정성이 깃든다. 그러나 그 수고로움이 무색할 만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은 크다. 톡 터지는 알, 살이 꽉 찬 게딱지, 그 안에 든 간장의 향은 미묘하게 변주를 이루며 혀끝을 감싼다.  흰쌀밥 위에 올려 먹으면 그 맛은 더없이 깊어진다. 게살을 발라 따뜻한 밥 위에 얹고, 간장 국물을 살짝 끼얹으면 한 숟가락마다 바다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추운 날씨..

일상 2025.02.08

걱정

걱정이다.입춘이 지났지만 출근길의 바람은 너무나 매섭기만 하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동안 머릿속에는 직장의 일들이 스쳐간다. 마감 기한, 보고서, 회의, 그리고 책임감.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하루는 늘 빠르게 지나간다.걱정이다.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이제는 잠을 조금만 설쳐도 하루 종일 피곤하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바쁜 일상에 밀려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도 하루의 끝엔 피곤함이 먼저 찾아온다. 병원 문턱이 가까워지는 나이를 실감하며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걱정이다.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면서도 걱정이 많다.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공부는 무리 없이 따라가는지, 혹..

일상 2025.02.07

아는 맛

아는 맛이 무섭다. 이 말이 이토록 와닿을 줄은 몰랐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익숙한 냄새가 난다.간장에 졸인 무와 고기의 짭조름한 향,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의 구수한 기운. 그 향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엄마의 집밥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길들여 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그것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한 끼다. 때때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 떠나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언제나 이 자리다. 입안 가득 퍼지는 익숙한 맛.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먹어왔지만, 오히려 그 지겨움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된장국 한 숟갈에 따뜻한 밥 한 입을 얹으면, 문득 지나온 시간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려지던 김치전, 생..

일상 2025.02.06

오랜만에 꺼내본 통기타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띈 낡은 통기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기타 케이스에는 세월이 묻어 있었고, 손잡이 부분은 유난히 닳아 있었다. 예전에 얼마나 자주 열고 닫았던가.그래도 꽤 괜찮은 상태다.같이 꺼낸 책은 ‘이정선 기타 교실.’ 지인한테 추천받아서 열심히 봤던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니 빼곡한 코드 다이어그램, 한때 손에 익었던 운지법이 가득하다.예전에는 눈 감고도 치던 코드들이었는데, 지금은 낯설다.    기타 줄에 손을 얹어본다. 살짝 튕겨보니 오래된 나무가 내는 깊은 울림이 여전하다. 그래, 한때는 '로망스',  ‘Dust in the Wind’를 그렇게 연습했었다. 손끝으로 튕기는 피킹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바람처럼 흐르는 소리를 만들고 싶었었다. 지겹도록 반복하던 아르페지..

일상 2025.02.01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우리 가족의 작은 의식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집안 청소를 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나니, 어쩐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빗자루 소리와 청소기로 바람을 흡수하는 소리가 어우러져 하루 종일 우리 집을 채웠어요.청소가 끝나고 나니 배가 고파졌서 용천통닭에서 옛날통닭을 시켰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통닭 두 마리를 상 위에 올려놓으니, 그 모습만으로도 행복이 가득해졌어요.요즘은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두 마리는 되어야  맛을 볼 수 있더라고요.2마리여서 닭다리로 치얼스를 해봅니다~☺️치킨 옆에는 매콤 달콤한 떡볶이도 놓았어요.아들이 좋아하는 분모자도 들어있어 매워하면서도 너무 잘 먹어요~.기름진 치킨의 맛을 떡볶이가 산뜻하게 잡아줘서 정말 잘 어울렸어요.저번에 집 정리를 했을 때도 마무리는 치킨이였죠..

일상 2025.01.27

설 명절, 성묘 후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식사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성묘를 다녀왔어요. 차분한 마음으로 조상의 묘를 찾아 새해 인사를 드리고,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어요.하늘은 조금 흐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시간이었어요.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오랜만에 광릉불고기 본점에 들렀어요.이곳은 우리 가족이 늘 좋아하던 곳이에요. 명절이나 특별한 날, 아니면 가끔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자주 찾던 곳이지요.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불향과 정겨운 분위기가 우리를 반겨주었어요.잘 구워진 고기의 불향은 늘 감탄을 자아내요.  광릉불고기의 매력은 맛뿐만 아니라 정성스러운 반찬에서도 느껴져요. 정갈하게 차려진 나물과 김치, 그리고 따뜻한 된장찌개가 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워주었어요.반찬..

일상 2025.01.26

연휴 첫날, 마음이 가벼웠던 그 시작

연휴가 시작됐어요. 평소보다 한결 느긋한 하루의 시작이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죠. 그런데 마음은 가볍지만, 배는 묵직해질 준비를 마친 듯해요.오늘 아침부터 두부김치가 테이블 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간장닭갈비가 제 손을 부르더니, 저녁엔 함박스테이크까지 등장했어요. 평소엔 보기 힘든 메뉴들이 차례로 눈앞에 나타나니, 그 유혹을 참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설 연휴라 그런지 간식마저도 중간중간 빠질 틈이 없었어요."아, 이렇게 가다간 연휴 끝날 때쯤엔 몸무게가 3kg은 늘겠구나."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솔직히 그만두긴 너무 맛있었어요. 이런 행복이 또 어디 있겠어요?하지만 마음 한편엔 이런 다짐도 생겼어요. 이번 설엔 먹는 만큼 조금이라도 조절해서, 적당히만 찌고 건강하게 연휴를 보내자! 매번 ..

일상 2025.01.25

우리 아이, 수학의 산을 넘다. 이번엔 KMA-O(왕수학) 도전이다.

2024년 11월 16일 KMA 한국수학학력평가에서 우리 아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 결과로 또 한 번의 도전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2025년 1월 18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리는 KMAO 왕수학 전국경시대회다. 이 대회는 전국 상위 10%의 학생들만이 응시할 수 있는 자리다. 어렵기로 소문난 시험이기에 아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하지만 그동안 준비한 모습을 보면 충분히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생긴다.시험 준비 기간은 녹록지 않았다. 학원에서 밤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힘들면 그만둬도 돼"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긴장감과 설렘이 자신을 더 성장시킨다며 웃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시험 당일, 건국대..

일상 2025.01.21

우리 가족 맛있는 간식, 명가삼대 쑥인절미

오랜만에 맛본 명가삼대 쑥인절미 어느덧 1월에 반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간식을 즐기고 싶어서 명가삼대떡집의 쑥인절미를 주문했다. 우리 가족은 특히 인절미를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쑥 향이 가득한 쑥인절미로 선택했다. 사실, 둘째는 평소 쑥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희한하게도 여기 쑥인절미는 늘 잘 먹는다. 맛있는 건 확실히 다르다. 😄  쑥인절미, 기대 이상의 맛 쑥인절미는 포장을 여는 순간부터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떡의 쫀득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쑥의 풍미가 정말 잘 어울렸다. 이번에도 배송된 콩고물과 함께 쑥인절미를 직접 무쳐봤다. 손끝에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콩고물의 고소한 냄새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둘째도 한 입 베어 물더니 "역시 여기가 최고야!"라며 엄지를 치켜..

일상 2025.01.17

집안 정리의 하루

오늘은 하루 종일 집안을 정리하며 보냈다.시간이 참 빠르다. 정리를 해도 집안 곳곳에 쌓여 있는 물건들이 많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매번 고민이다. 우리 집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오늘은 과감해지기로 마음먹었다.둘째 딸의 방에 들어섰을 때,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소품들, 잊고 지냈던 장난감들, 크고 작은 종이 조각들까지. 마음 한구석에서는 추억이라며 붙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감히 버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들은 정리함에 넣었다. 방은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도 후련하다.정리를 마친 뒤에는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했다. 따뜻하게 졸인 두부조림은 혀끝에서 은은하게 퍼졌고, 오리와 숙주가 어우러진 볶음은 고소하고 신선했다. 달달하..

일상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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