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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다가 눈에 띈 낡은 통기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기타 케이스에는 세월이 묻어 있었고,
손잡이 부분은 유난히 닳아 있었다.
예전에 얼마나 자주 열고 닫았던가.
그래도 꽤 괜찮은 상태다.
같이 꺼낸 책은 ‘이정선 기타 교실.’
지인한테 추천받아서 열심히 봤던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니 빼곡한 코드 다이어그램,
한때 손에 익었던 운지법이 가득하다.
예전에는 눈 감고도 치던 코드들이었는데,
지금은 낯설다.
기타 줄에 손을 얹어본다.
살짝 튕겨보니 오래된 나무가 내는 깊은 울림이 여전하다.
그래, 한때는 '로망스', ‘Dust in the Wind’를 그렇게 연습했었다.
손끝으로 튕기는 피킹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바람처럼 흐르는 소리를 만들고 싶었었다.
지겹도록 반복하던 아르페지오,
손끝에 배였던 굳은살.
그런데 지금은 손톱이 길어 코드가 잡히지도 않고 손가락이 아프다.
코드 하나 잡는 것도 힘들다.
한때 그렇게나 자연스러웠던 움직임이
, 이제는 낯설고 서툴다.
시간은 흐르고, 손은 굳어가고, 기억은 희미해진다.
그래도 다시 잡아본 기타가 반갑다.
언젠가 다시 익숙해질 날이 올까?
손가락이 조금 더 말랑해지면,
다시 한번 '로망스'와 ‘Dust in the Wind’를 연습해 볼까?
기타는 조용히 대답한다.
언제든지, 천천히.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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