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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는 맛

by cmilmil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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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이 무섭다.

이 말이 이토록 와닿을 줄은 몰랐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익숙한 냄새가 난다.

간장에 졸인 무와 고기의 짭조름한 향,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의 구수한 기운.

그 향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엄마의 집밥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길들여 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그것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한 끼다.

때때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 떠나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언제나 이 자리다.

입안 가득 퍼지는 익숙한 맛.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먹어왔지만,

오히려 그 지겨움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된장국 한 숟갈에 따뜻한 밥 한 입을 얹으면,

문득 지나온 시간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려지던 김치전,

생일마다 정성스럽게 끓여주던 미역국,

몸이 아플 때마다 끓여주던 닭곰탕.

그 모든 맛이 나를 키웠고, 나를 위로했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는 손길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 스며든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마음까지 채워준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화려한 음식도,

값비싼 요리도,

결국 엄마의 집밥이 주는 만족감을 대신하지 못한다.

속을 편안하게 감싸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큰한 장조림 한 조각,

씹을수록 고소한 들기름 향 가득한 나물무침.

이 맛을 아니까, 다른 맛이 가끔 시시해 보이기도 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

그 맛을 알기에,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 맛을 알기에, 더 이상 다른 것이 채워주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익숙한 맛에 기대어 본다.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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