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 무섭다.
이 말이 이토록 와닿을 줄은 몰랐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익숙한 냄새가 난다.
간장에 졸인 무와 고기의 짭조름한 향,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의 구수한 기운.
그 향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엄마의 집밥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길들여 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그것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한 끼다.
때때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 떠나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언제나 이 자리다.
입안 가득 퍼지는 익숙한 맛.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먹어왔지만,
오히려 그 지겨움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된장국 한 숟갈에 따뜻한 밥 한 입을 얹으면,
문득 지나온 시간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려지던 김치전,
생일마다 정성스럽게 끓여주던 미역국,
몸이 아플 때마다 끓여주던 닭곰탕.
그 모든 맛이 나를 키웠고, 나를 위로했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는 손길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 스며든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마음까지 채워준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화려한 음식도,
값비싼 요리도,
결국 엄마의 집밥이 주는 만족감을 대신하지 못한다.
속을 편안하게 감싸는 따뜻한 국물 한 모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큰한 장조림 한 조각,
씹을수록 고소한 들기름 향 가득한 나물무침.
이 맛을 아니까, 다른 맛이 가끔 시시해 보이기도 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
그 맛을 알기에,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 맛을 알기에, 더 이상 다른 것이 채워주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익숙한 맛에 기대어 본다.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장게장 (9) | 2025.02.08 |
---|---|
걱정 (9) | 2025.02.07 |
오랜만에 꺼내본 통기타 (22) | 2025.02.01 |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우리 가족의 작은 의식 (18) | 2025.01.27 |
설 명절, 성묘 후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식사 (16) | 2025.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