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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엄마와 처음 간 카페

by cmilmil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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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병원에 다녀왔다.

신경외과다.

머리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잠을 못 주무시던 엄마는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

진단은 편두통이었다.

오랜만에 엄마의 건강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약을 처방해 주며 꾸준히 복용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세 달 정도는 지켜보자고 하셨다.

밤마다 엄마를 괴롭히던 그 쿵쿵 소리가 약을 복용한 뒤엔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소리가 잦아들고 잠도 잘 오신다고 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건,

그간 이런 불편함을 혼자 감내하고 계셨을 엄마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진료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9시 30분쯤 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 점심을 먹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결국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러 따뜻한 차를 마셨다.

 

 

 

생각해 보니 엄마와 카페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수없이 카페를 찾았지만,

엄마와 단둘이 카페에 온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복잡하게 다가왔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엄마는 이런 곳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셨다.

나는 그런 엄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로 병원 이야기였지만, 엄마는 건강해질 거라고 담담히 말씀하셨다.

그 말이 고맙고도 아프게 들렸다.

엄마가 더는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오늘 하루는 씁쓸하면서도 묘한 날이었다.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과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이 교차했다.

쿵쿵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앞으로는 더 자주 엄마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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