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지는 요즘,
삼겹살 한근이 이만 원을 훌쩍 넘었다는 소식이 낯설게 다가온다.
삼겹살이라 하면 마음 놓고 구워 먹던 평범한 한 끼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가격표를 달고 있다.
늘 풍요롭다 생각했던 우리의 밥상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하다.
하루를 마치고 고깃집 간판이 반짝이는 거리를 지나친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던 삼겹살 냄새가 문득 떠오른다.
예전에는 별 고민 없이 친구들과 둘러앉아 고기를 주문하곤 했다.
첫 한 점을 소금에 찍어 먹으며 나누던 소소한 대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이 꽤 멀게 느껴진다.
삼겹살 한 근을 살 때에도,
한 끼 식사를 고민할 때에도 머릿속에서는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스친다.
점심값도 마찬가지다.
만 원 이하로 한 끼를 해결한다는 건 이제 쉽지 않은 일이다.
동네 국밥집마저도 가격표를 살짝 올렸다.
'그나마 여기는 저렴하지.' 하며 들른 가게에서조차 계산대를 나서며 다시 한번 지갑을 확인하게 된다.
예전에는 밥 한 끼에 이만큼이나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저녁으로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한 근에 이만 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을 보니 작은 행복이 피어났다.
기름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익은 김치를 같이 구워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따뜻하고 짭조름한 고기와 알싸한 김치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식탁 위에는 익어가는 고기 냄새가 감돌고,
함께 앉은 가족과 나누는 대화는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삼겹살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은 어쩌면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잠시나마 물가 걱정도, 세상의 무게도 잊게 하는 그 맛과 온기 말이다.
물가는 점점 올라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또 하루를 살아갈 테고,
누군가는 변해가는 일상 속에서 예전의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삼킨다.
하지만 여전히 삼겹살 냄새는 군침 돌게 하고,
한 그릇의 따뜻한 국밥은 추운 겨울날의 작은 위로가 된다.
물가가 비싸졌다.
우리 삶의 무게가 조금 더 무거워졌지만,
마음 한켠에 남은 소소한 행복마저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비싸진 삼겹살 한근이 우리에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거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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