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이 숫자는 왠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어릴 적 공포영화를 보며 느꼈던 떨림,
그리고 주인공 제이슨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괜히 어두운 저녁길이 더 음산하게 느껴질 것 같은 날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결혼 전에는 거의 매일 만났던 친구다.
그땐 시간이 많았다.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소소한 이야기로 웃으며 보냈던 날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바쁘고,
시간은 늘 우리를 재촉한다.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마주할 수 있을까 싶다.
오늘은 그런 소중한 날이었다.
점심 메뉴는 갈비탕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든든함이었다.
한 그릇의 따뜻한 국물 속에 오래된 기억들이 담겨 있었다.
친구와 함께 추억을 꺼내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은 금세 흘렀다.
첫 여행에서의 실수,
밤새도록 나눈 대화들,
그리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던 그 시절.
그때의 우리는 어떤 무게도 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짧았고,
헤어지는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조만간 다시 보자"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그 '조만간'이 아마 또 먼 미래가 될 것을 알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혼자가 되니 마음이 이상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련했다.
가슴 한켠에 친구와의 추억이 선명히 남아 있었고,
문득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마도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이란 참 묘한 감정이다.
함께한 순간은 즐겁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마음에 공허함을 남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만남은 분명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바쁜 삶 속에서도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갈비탕 한 그릇에 담긴 기억의 온기가 오늘 하루를 가득 채웠다.
삶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 따뜻함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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