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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의 여파로 아침은 건너뛰었다.
점심은 죽 한 그릇으로 때웠다.
저녁도 죽이었다.
속을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
점점 속이 허전해졌다.
배가 고픈 건 둘째치고,
입이 심심했다.
이대로 가다간 꿈속에서라도
밥상을 차려놓을 것 같았다.
그러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식탁 위에는 갓 지은 따뜻한 밥,
짭조름한 간장제육볶음과 양배추쌈
구수한 된장찌개가 놓여 있었다.
그냥 참아야지,
했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
에라 모르겠다. 한술 뜨자.
한입 먹는 순간, 세상이 밝아졌다.
쫀득한 고기에 스며든 간장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떠먹었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이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웠다.
그만 먹으려고 했는데,
젓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한 그릇 더. 배는 불렀지만,
마음까지 든든했다.
먹고 나니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기분 좋게 먹었다.
배고픔 끝에 찾아온 이 행복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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